사설

[사설]규제 완화, 투자·경기부양의 만병통치 아니다

균형발전 정책 근간이 흔들려선 안 돼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하면 부메랑

수도권 규제 완화는 30여 년간 유지돼 온 수도권 과밀화 억제와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규제가 풀리면 수도권은 비대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11년 말 현재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1.8%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49.5%가 거주하는 등 인구 집중화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비수도권 지역은 도심 공동화 현상 인구 유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국회입법조사처 현안보고서 제192호, 2013. 4). 또한 기업 유치를 위해 공을 들여왔던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치명타를 입는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와 전국균형발전지방의회협의회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유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 국내의 투자와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발상은 단견이다. 물론 기업의 투자 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가 근본적으로 투자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 침체와 내수 부진 등 기업환경이 어려워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민원해결 차원에서 수도권 규제를 풀 것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1982년 12월 31일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해 수도권 규제가 추진돼 왔으나 최근까지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서로 수도권 규제의 완화 또는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18대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에서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 및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서로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수도권 규제정책이 객관적 정책분석사안을 넘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쟁점사안으로 부각되어서는 안 된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려면 지역별, 시설·사업별로 나누어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규제 대상지역 중 상대적으로 낙후된 일부 자연보전권역의 경우, 비수도권과 사회·경제적 상황이 크게 상이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규제 완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설·사업별로는 정주인구 유발효과가 미미하다고 생각되는 연수시설 등이 규제 완화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서는 쇠퇴한 지역을 부처별 개별사업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사업을 연계해 예산을 통합하고 인력을 교류하는 전략적인 계획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일본은 '중심시가지 활성화법'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을 1998년부터 2000년에 걸쳐 제정·개정하는 등 지방 중소도시 활성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면적 정비사업이나 도시기반시설 등을 통한 토지 유효이용 촉진 외에도 주변 지역과의 네트워크 구축, 상업기능 활성화, 거주환경 정비, 프로그램 개발 등의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영국은 런던권 공장입지를 규제하고 지방분산을 유도하기 위해 '공장개설허가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이는 1945년 '공업배치법'과 '도시 및 농촌계획법'에 근거한 제도로 런던과 그 주변지역에 입지하는 공장은 건축면적이 465㎡를 초과하는 경우, 상무성의 공장개설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이 제도는 폐지되었지만 대신 '도시재생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쇠퇴한 지역에 대한 처방을 개별사업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계획 틀에서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전제로, 해당 지역의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통합적 접근이다.

프랑스에서는 2000년 12월 기존의 전면개발 위주의 도시개발방식에서 도시 전반과 조화되며 경제·사회적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도시연대 및 재생에 관한 법률(SRU법)을 제정, 도시재생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법률은 도시 및 국토 전반에 걸친 연대를 통해 국토 차원의 일관되고 지속가능한 발달을 도모함과 동시에, 도시재생의 촉진으로 기존 도시개발방식에 의한 도시확산 가속화 방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주요 선진국들처럼 국제적인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아울러 지역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병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더라도 지역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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